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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book ~ 03:18:53, Translated on 16 April, 2019
조금 자란 후, 술을 마시거나 약을 빨거나 섹스에 대해 생각하는 걸 빼면 휘트처치에선 그닥 할 일이 없었다. 사과주 캔을 처음 마시고 나서(누구라도 늘 사과주가 첫 한 모금일 거다, 안 그런가?) 나는 그게 일주일 동안 계속 생각이 났다. 매일 밤, 몇 번이고 더 벌컥벌컥 들이켰다. 난 평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 가면 아래의 진짜 내가 있음을 조용히 확신했다. 난 학교에서 인기가 많지도 않았고, 혹은 실제로 인기 없는 게 아니라 그저 보이지 않는 존재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14살이 되어 엄마는 이사했고, 난 이웃의 온실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온실엔 중독이 자라고 있었다. 난 이파리 한 개 또는 두 개를 훔쳤다. 내가 원할 때마다. 시간이 흘렀다. 비록 그들이 경찰에 날 넘기는 일은 없었지만 결국 한 주먹 가득 대마를 가져가는 날 붙잡았다. 그래서 난 빠르게 계획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친구가 되었다. 한편 대마로 나는 마음을 잃어갔다. 제법 빠르게 빠져들어갔다. 어린 나이에 비해 빠르게 손 댄 거였다.
이제와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 코카인을 접했던 건 사고였다. 난 15살이었고, 공원에서 마리화나를 그저 한 모금 피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내게 그 안에 찰리*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몸과 마음 모두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무서웠다. 전에 어디선가 코카인이 뇌를 부패시킨다고 써있는 걸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몇 시간 동안 우리는 둘러 앉아 걱정하면서 '내 머리가 길다랗게 변한 거 같아' 같은 말을 서로에게 지껄였다. 하지만 당신이 어릴 땐 이렇게 손 닿는 곳에 코카인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 배우나 음악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정도가 그런 걸 손에 넣을 수 있었을 테지. 그게 무엇인지, 그걸 투약하게 되면 내게 무슨 짓을 하는지 그런 모든 건 미신의 영역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20대가 되어 런던에 살기 전까지는 다시 손댄 적이 없었다.
애시드, 머쉬룸, 매직 원스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공원에서 있었던 그 사건은 몇 번이고 똑같이 반복되었다. 당연히 우리는 그런 걸 찾기 위해 공영 주택 근처의 시골 밖으로 향했다. 약에 취하기 위해 했던 짓을 좀 좋게 말하자면 말이다. 난 머쉬룸을 찾는데 재주가 없어서 대신 애시드에 집중했다. 더 강력하고 날 몇 시간이고 날려버리는 약이었다. 우리는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곳에서 약을 사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는 곳과 별로 멀지 않았다. 난 무척이나 빠져버리고 일 년이 지난 후엔 학교에도 들고 갔다. 그 땐, 프랙탈 문양이 포스터에서 튀어나와 온 데 미쳐 날뛰고 있었고, 옷차림에도 녹아있었다. 그와 비슷한 패턴을 교과서 위에 커버로 씌우기도 했었다. 우리 넷은 파란 바나나라 불리는 걸 했다. 난 수학시간에 앉아 완전히 얼이 빠져있었다. 어떻게 선생님이 그런 나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내 반 친구 중 누군가 그에게 내가 약을 했다고 말했었을지라도 그는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 완전히 환장적이었다. 몸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돌아오기만 해도 내 교과서 위 프랙탈 문양은 타는 듯 빛났다. 그리고 연기 수업 때는 시험을 봤는데, 실제로 내가 한 거라고는 사무용 의자와 함께 바닥에서 천천히 회전하며 연극에서 내 모든 분량을 망치는 것뿐이었다. 난 완전히 쓸모 없었지만 그들 모두는 연극 속에 있어야 했다. 바닥에 그저 누워있는 나와 함께. 그리고 난 천천히 그 곳을 떠났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우리가 하는 건 애시드 뿐이었다. 마이크로도트를 매일 밤 하며 거의 듣지 않게 되었고 애시드와 물 파이프, 또 애시드와 물 파이프, 또 애시드와 물 파이프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이용되지 않는 철길 아래로 천장을 본 적이 없는 낡은 터널 아래에서 몇 번이고 그랬다. 프로디지의 'Firestarter' 뮤직 비디오 같았다. 난 그 곳에서 어떤 계시를 받은 적이 있었다. 애시드 터널로 들어가 출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중간쯤에 앉아 언제나 하던 걸 했다. 우리보다 나이가 더 많고 살짝 정신병이 있는 아이가 어째선지 오토바이에 불을 붙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저지르면 분명 엄청난 충격을 불러일으킬게 뻔했다. 그 다음 순간 내가 알아차린 건 겁에 질린 소리가, 벽에 부딪히며 메아리 치며 소음이 되어 있었고 우리는 화염의 벽과 직면하게 되었다는 거다. 모두는 기겁해서 도망쳤고, 다들 사탄이 잠시 들렀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근육을 움직이지 못했고, 기름통과 바퀴 조각이 내게 날아왔다. 쌩 하는 소리를 내며 벽에 튕겼다. 거기서, 폭발의 중심에서 난 맹세컨대 불사조가 지붕 위로 날아오르는 걸 봤다. 눈부신 하얀 빛을 내며 터널 전체를 밝혔다. 그리고 어째선지 누군가 휘어진 천장 한쪽에 이렇게 써둔 것을 봤다. '고통은 감각의 환각이며, 공포는 마음의 환각이다.' 지금에 와서야 좆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15살이었던 그땐 제법 심오한 문장이라며 엄숙하게 여겼다.
거의 죽을 뻔한 경험과 사탄과의 조우도 우리를 멈추지는 못했다. 우리는 계속 하던 짓을 이어갔고 산업 구역에 몰래 들어가 벽돌로 된 15피트 벽을 따라 걸으며 모닥불을 태우기 위해 화물 운반차를 훔치러 갔다. 힘겹게 하지만 재빨리 움직여 운반했다.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 빽빽이 들어찬 벽돌 벽을 지나 1마일 떨어진 애시드 터널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정강이와 발목이 욱신거렸고 구멍 속을 나아가는 것도 힘겨웠다. 한 번은 불탄 포드 카프리를 후려친 적이 있었다. 난 피가 나기 시작했고 내 피는 초록색이었다. 애시드에 감사하며 나는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졌을 때의 기분을 느꼈다. 전부 다, 전부 약이었다. 완전히 좆되는 데에만 몰두했다. 부모님은 알아챈 기색이 없었다. 온 나라의 수 많은 마을 어디에서나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 것이다. 연기와 파라핀의 냄새가 나는 오후, 그게 내 휘트처치를 둘러싼 기억이다.
런던으로 이사한 후 난 몇몇 마약을 시도해봤고, 바로 진탕 취하기로 했다. 난 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가끔 칵테일을 마시곤 했다. 디젤이나 카프리스와 스텔라를 보드카와 섞고 블랙커런트를 조금 추가한 것. 가끔이지만 여전히 그렇게 마실 때가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위스키 스프릿츠도 좋다. 술에 있는 거품은 더 잘 취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침내 우리가 좀 돈을 만지게 되고 나서는 수입산 라거나 진 마티니, 그리고 데이빗 니븐으로 넘어갔다. 내가 알기로 데이빗 니븐은 브랜디와 진저 에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안에 무엇이 들었든 간에 즐거운 이름이었다. 모든 술이 데이빗 니븐이라고 불려야 한다. 내가 BBC에서 일했을 적에 그 당시 같이 살던 여자친구는 엄청난 클럽 애호가였고 그녀의 집엔 작은 코카인 뭉치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난 그걸 좋아하기 시작했고 예전에 공원에서 하던 그 때 같은 짓을 반복했다. 내가 코카인을 좋아했던 이유는 코카인을 하면 술을 더 마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코카인을 필요로 한다는 건, 내 주변에 제대로 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만약 마약을 좋아하기 시작한다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사실 약 그 자체보다는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해진다. 약은 그렇게 흐릿한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땐 모든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낼 수 있는 정답이 그 것밖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본문에 나오는 이름 또는 명사는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