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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3. 04:37

Audiobook ~ 00:03:23, Translated on 3 March, 2018 / Last Modified on 27 March, 2018


  리버틴즈를 되돌아본다는 건 마치 빌딩 사이를 기차로 질주하며 햇빛의 반짝임을 손으로 잡으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해지고 낡은 필름이 감긴 오래된 영사기가 공백의 프레임들을 스크린에 남긴다. 얼굴들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시야는 이내 치직거리며 흐릿해진다. 우리가 정처 없이 거닐며 변하지 않는 런던의 거리에서 펍을 여기저기 순회하던 일도, 반 밖에 남지 않은 잔을 주인이 없는 틈에 몰래 조심스럽게 채웠던 일도. 우린 우리가 살던 지하의 낮은 천장 위, 드높은 하늘과 알비온을 꿈꿨다.


  가끔은 아무 소리도 없었고, 가끔은 소음으로 가득 차는 날도 있었다.


  때는 2003년이었고 우리는 막 무대에 오르려던 참이었다. 게리와 존은 몸을 풀고 있었고 나는 베이스 줄을 튕기는 소리, 스네어가 튀어 오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피터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밴드 멤버들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너랑 나 단 둘이서, 모두 없이도 할 수 있어. 믿어줘야 돼." 그는 거의 울면서 말했다. 게리와 존은 뭔가 눈치챈 듯 바닥만 응시했다. 내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피터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밤 뭔가 일어날거야."라고 말했고, 나는 무대 위에서 어떠한 파국같은 걸 목전에 맞이하게 될거라 예상했다. 이런 경우와 비슷하다. 마치 네 여자 친구가 저녁에 심각하게 뭔가 할 말이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것. 그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쯤은 당신도 예상할 수 있겠지. 그래놓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피터는 폭풍같이 셋리스트를 몰아쳤다. 무대의 모든 장소를 휘저으며 관객들과 떠들어대고, 나머지 우리 셋을 히죽거리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뛰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우리는 무대 중간에서 부딪혔다.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곳이 우리가 존재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공연을 할 적에, 나는 간혹 내가 무대에 설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걱정을 하곤 했다. 존 그리고 게리와 시선을 흘끗 교환하며 우리가 잘 지낸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늘 그래 왔던 대로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다른 면이 있었다. 모든 게 순항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특별한 노력없이도 피터와 나 사이에 완벽하게 짝이 맞아 떨어지는 케미가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아는 내가 있었다. 그런 그는 모든 것을 비틀어 버리려 했기 때문에,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내 등 어딘가에서 땀이 고이는 걸 느끼며 그 빛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난 더없이 행복했고, 더없이 분노했으며, 더없는 충만함을 느끼면서도 실망했다. 리버틴즈는 내 불안정한 면을 고조시켰고, 내가 세상의 왕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그로 인해 난 내 꿈을 깨달았고, 내 소망을 향해 질주하게 되었다. 우린 그런 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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