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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2. 07:22

Audiobook ~ 04:09:39, Translated on 22 April, 2019

 

  한두 해 정도 시간을 돌려보자, 리버틴즈가 끝이 나고 DPT도 사라져버렸다. 사랑은 말라버렸고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난 여자친구 와 헤어졌었다. 무신경했고 둔감했던 나는 무예를 계속하지도 못했다. 난 어중간한 상태였고 연옥 속에 갇혀있었다. 윗층에 연락하거나 보일러실에 기술자를 불러야 했던 걸까? 그땐 몰랐지만, 모든 것은 잘 갖추어져 있었다. 비록 더러웠지만. 술이 있었고, 약이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 집 부엌에는 기름때가 낀 채 씻겨지기를 기다리는 설거지들이 있었다. 회색빛 물이 고여있고 피자 박스는 싱크대보다 높이 쌓여 있었다. 설치류가 온 폐허를 돌아다녔다. 모든 사물이 원래 재떨이였던 것처럼 재떨이로 사용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커피나 차를 마시려 했지만 입에 먼지와 재가 느껴졌다. 미처 알지 못했지만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대부분의 밤은 기묘한 웃음과 천창을 뚫을 듯한 음악이 들려왔고 나는 누가 그들을 초대했는지 우려하며 편집증을 키워갔다. 보통 그건 나였다. 난 해변가에 방치된 뱀파이어마냥 쓸모가 없었다. 사람들은 날 보며 반가워했지만 난 그들을 감당할 삶의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날 불리한 위치로 강등시켰다. 한참이 지나자 내겐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다. 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알지도 못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어렴풋이 시간을 예측할 뿐이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찌된 일인지 나는 수면 패턴을 바꿨고 펍에 갔으며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내 집에 초대하고 내 일기엔 날짜 표기가 찢어져버렸다. 사람들은 온 데 엎어져 있었고 펍이 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찾았다. 또 다시 사라지는 걸 반복했다. 그리고 이 연기가 가득 찬 광기 속에서 분명한 것은 내가 끝을 맺기로 결심했다는 거였다. 이 비참함과 절망감을 끝내기로 했다. 난 한 주 내내 깨어있었다. 난 자기 전에 불행함을 느꼈고 3일간 머리가 쪼개지도록 위스키 칵테일을 부어 마셨다. 그리고 맥주와 코카인도. 한동안 그게 내 평소 상태였다. 하지만 한 주간 잠을 자지 않으면서 그런 것들과 선을 긋고 새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난 그 당시 어떤 통찰력이 발휘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남자가 떠올린 왜곡된 생각에 불과했다. 혼자 있는 것에 싫증이 났고 그런 삶은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들어오려는 모든 걸 밀어내기로 했고, 나 자신을 쥐어짜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만 같았다. 내 도덕성에 좀 더 가까워지길 바랬고, 초점을 잃는 게 지긋지긋했고, 만신창이가 되는 건 질려버렸다. 수많은 것들이 날 여기까지 이끌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중요한 건 단 하나였다. 난 이디를 만났고 그녀가 그럴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게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하는 내 심정을 표현하면 그렇다. 이제 난 혼자서 뭔가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도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은 날 흥미롭게 만드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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