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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book ~ 03:05:13, Translated on 9 March, 2019
밴드와 함께 투어를 돌면서도 여전히 나는 풋내기였고, 처음에는 팬들의 열정으로부터 우러나는 격렬한 관심에 실수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몇몇 실수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내가 그들의 존재를 그저 인식하고만 있는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접근하는 행동을 취했던게 그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불쾌함과 침묵만이 흘렀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쓴 시나 밴드를 그린 그림을 내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완전히 다른 것을 노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을 것이다. 뮤지션으로서 가장 나쁜 형태의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그저 둔감한 성차별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사실을 말하면, 난 작은 사랑을 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건 내게 갖가지 기이한 일들에 휘말리게 했다. 난 여자애들과 하룻밤 이상의 것을 하려 노력했다. 마치 우리가 처음 사랑을 꽃피운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경우가 그럴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었다. 난 스스로 어리석은 짓을 반복했다. 아니면 내가 그들을 우롱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은 얕고, 술은 진탕 취해서, 약에 손을 뻗고 단순하게 나쁜 결정을 한 걸까? 그 중 하나였거나 혹은 그 모든 것들의 융합이 그런 망상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난 모든 것을 낭만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투어버스 안에서 빙빙 도는 그녀를 드러머가 촬영하는 일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비록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여자애가 있었다고 해도.
내가 그루피들의 삶을 보며 알게된 가장 슬픈 점은 결국 그들은 그 뻔뻔한 야망을 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장 높은 목표부터 노리기 시작한다. 싱어나 기타리스트부터. 그리고 실패하면 한 단계 아래로 목표를 수정한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살 찐 기타 관리자와 잠자리를 가지게 된다. 나름의 체계에서 다들 어느정도의 가치와 위치를 가지고 있고, 함께하는 수많은 남자 스탭들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 개중에는 벌처처럼 사자들이 흘리는 부스러기에 만족하는 경우도 있었다. 밴드 멤버들의 친구들, 백스테이지를 오가는 사람들, 심지어는 기자들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단순해보이는 한 어린 여자를 본 적이 있었다. 그루피로서의 삶을 막 시작했지만 이미 그런 삶에 열성적으로 몸을 던지고 있었고, 나는 이러면 안돼. 라고 생각했다. 가끔 그런 말을 해주려고 시도한 적이 있지만 그들에겐 그저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거라고 여겼던거 같다. 난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우리 버스가 주차장을 떠나면, 다음 버스가 들어올 것이라는 걸. 그들을 그런 삶에서 꺼내줄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한편, 내 도덕의 나침반이 늘 옳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무작위로 마주치는 인간미 없는 만남에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난 많은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버스 뒷편의 화장실 칸 속에서 튀어나와 날 붙잡는 손, 관객들 사이에서 미끄러지듯 나긋나긋한 수많은 손, 여성들의 손. 내게 오는 모든 손들을 보며 생각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손을 뻗는 거지? 축축해. 토할거 같아. 그 손들은 내 가슴으로 등으로 가끔은 내 팔로 향했다. 내가 약에 취해 있을 때는 그 손들이 놀라울 정도로 섹시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나라 별로 각각 다른 형태의 유혹 방식이 있었다. 스칸디나비아의 여성에게 키스하면, 필연적으로 섹스로 이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며 고작 몇 초도 안되는 순간에 그녀는 옷을 전부 벗고 그녀는 최선을 다해 내가 걸치고 있는 걸 나와 분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무척 격정적인 방식이었다. 추운 날씨때문인 게 틀림 없었다. 그리고 비록 내가 어떻게 게임의 룰을 배우면서도 그런 종류의 신호를 전부 눈치채진 못했다. 오히려 무언가를 훔치려는 도둑이 되는 일도 있었다 했다. 밴드 관련자 중 여자에게 키스를 하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도 그게 그린라이트라는 걸 알지 못했다. 난 앉아서 그들을 보며 함께 있는 여자에게 구애를 시도하기도 했다.
투어 버스에는 이상한 규칙이 있었다. 아마 어디쯤 선을 그어야 하는지 금방 알 정도로. 하지만 스탭 중 관음증 환자 팀이라 우리가 불렀던 그에게는 적용되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시야에 존재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향한 호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게 그만하라고 하거나 꺼지라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일반적인 에티켓이라는건 분명 존재하고 있을 터였다. 예를 들면, 버스에 잠시 한 여자애가 있고, 그게 벌써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면, 말을 꺼내기에 앞서 조심스레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녀에게 이제 파티에서 떠나줘야 할 시간이 왔고 가까운 역에 가서 자신의 뻔뻔함을 느끼며 열차에 타라고 알려줘야 한다. 어떻게 해야 '프랑크푸르트에서 내리지 않을래?' 라고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워 넣을 수 있을까? 꼭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해도 함께 국경을 넘어가며 시간을 보낸 사람을 마냥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공연과 무의식 사이에서 소실된 행복의 기억들을 함께 써내려간 사람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고 해도 그들이 집에 돌아갈 수 있게 약간의 돈을 적선해야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그리고 그 행위는 마치 무언가를 매매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였을 것이고,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투어 버스 내부는 우리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조차 밴드로서의 긴장감 없이는 무질서가 창궐하는 그저 밀실공포증을 자아내는 곳에 불과했다. 나는 수없이 불쾌한 아침을 맞이했었다. 머리를 맞은 듯한 숙취에 잠을 깨면 뇌 속이 온통 털실 뭉치와 코카인으로 가득 찬 기분이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내 침대에서 억지로 밀어낸다. 2주가 지났고 이제 열 번의 공연이 더 남았고, 그 여정 중간에 도저히 경찰에는 보낼 수 없는 누군가가 밀려난다. 난 점점 연약해지고 또 편집적인 면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황의 징조가 나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난 침대에서 몸부림쳤다. 내 한 쪽에 누워있는 통통한 투어 매니저의 바지 속에 든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러나 살집이 제법 있는 우리 기타 테크니션이 내 반대쪽에 있었고, 난 그들 사이에 갇혀버렸다. 모든 방향이 살덩이로 둘러싸여 있었다. 선홍색의 바다 속으로 익사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특이한 요청과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적도 있었다. 리버틴즈가 공연을 끝내면 남자들이 와서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키스해주지 않겠냐며 접근해왔다.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돌고 있는 유행인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부탁들은 솔직히 말해서 날 정말 돌아버리게 만들었다. 그의 여자친구에게 키스하지 않음으로 인해 그 건장한 녀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동시에 그런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면 신이시여 용서하소서, 그녀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 달라붙는다고 해도 말이다.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간혹 화가 그득하게 울그락불그락한 얼굴을 하고 구석에 삐딱하게 기대고 선 걸 보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녀가 느릿하게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 남자 친구랑 나한테는 말야, ' 그녀가 말한다. 아주 오만한 삿대질과 함께, '딱 한 번씩의 면죄부가 있어. 어떠한 죄의식이나 수치심 없이 딱 한 명과는 자도 괜찮아.' 그리고 아주 죽여주는 막타가 이어진다. '그리고 나에게 그 한 명은 너야.'
그으으으으러시구나.
'둘 다 벌써 한 명씩 있었지? 안그래?' 라는 말로 나는 내 첫수를 던질 수 있었다. 가벼운 농담을 시도해보는거였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대화를 질질 끌며 시간을 벌었다. 기를 쓰며 그 방에서 제일 가까운 탈출구를 탐색하며 그 상황에서의 탈출을 꾀했다. 마음속으로는 내 주변에 벌써 구멍을 파는 중이었다. 엘머 퍼드*나 와일 E. 코요테*마냥 바닥을 뚫고 도망갈 수 있게. 난 아직도 그 곳에 서서 날 보고 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무신경한 여자 친구를 보며, 아픈 마음을 붙들고 있던 그들을.
*Elmer Fudd, 1938년에 처음 등장함. 총을 든 모습을 한 캐릭터로, 벅스 버니나 대피 덕을 노리나 그들에게 속는 순진한 인물로 워너에서는 '호기심 많은 아이와 같은 캐릭터' 로 소개하고 있음.
*Wile E. Coyote, 1949년에 처음 등장한 루니툰즈의 캐릭터로 코요테의 모습을 하고 있음. 사냥감을 쫓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 등이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