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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book ~ 02:53:15, Translated on 1 November, 2018
그러던 중,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가 Concorde 2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브라이튼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그 당시 별로 행복함을 느끼지 않았고, 다시금 나 스스로의 마음을 추스리려 하고 있었다. 내 일기장에 붕대로 둘둘 감아둔 무의식을 무시하려 했다. 결국 피할 수도 없이 맞이한 결론은 밴드에 이유가 있다는 거였다. 난 계속 밴드가 굴러갈 수 있게 하려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잘못된 사람을 반복해서 만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난 멈춰야 했다. 난 내가 혼자할 자신감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더 이상 해 나갈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포근한 바람을 가르며 황금색으로 빛나는 바다를 등지고 날고 있었다. 가끔 그런 풍경을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부두 앞에서 저 아래로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감자칩과 도넛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짭쪼름함과 달콤함이 바닷가의 돌풍에 자유로이 섞여들어갔다. 앤서니는 나와 함께 있었다. 돔 지붕이 돋보이는 가게에 들어가려고 그는 주머니에서 잔돈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기계들에서 합성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고 종이 울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난 앉아서 그에게 내가 내리기로 한 결정을 입에 담았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꺼낸 적 없는 꽤 중요한 이야기였다. 그는 밴드 내에서 나와 가장 친밀한 벗이었고, 나와 긴 여정을 함께 한 동반자라고 느꼈기에 그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다시 부두로 가고 있을때, 어디선가 불쑥 소녀들 몇몇이 나타났고 큰 소리로 '오 세상에, 칼 당신은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라며 우리를 향해 외쳤다.
그들에게는 열정이 가미된 순수함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에 대해 무척 소름돋아 했다. 두 사람 모두 발목의 'libertine' 타투를 보여줬고, 나와 피터가 공유한 것과 무척 닮아있었다. 난 그들에게 오늘 밤 있는 공연에 오냐고 물었다. 그들은 우리가 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던 것 같았다. 난 그들을 초대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들의 표정이 살짝 변하며 둘다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내 머릿속에서 한 쪽의 나는 처참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의 또 다른 쪽의 나는 글쎄, 둘 다 나름대로 나와의 시간을 보냈잖아? 그 순간이 그들에겐 무척 소중할거야. 좋아하는거 봤잖아. 그리고 그 마음이 영원하지 않아도 돼. 다른 걸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거야. 넌 그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머물렀고, 그래서 그들은 피부에 너를 새기게 된거야. 그걸로 됐어. 그정도면 괜찮아. 사실을 말하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고, 내가 그들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 자랑스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방금 이 대사를 마주했다면 분명 스크린을 향해 팝콘을 내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도려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고, 여전히 내 안에 패인채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