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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9. 18:56


Audiobook ~ 01:56:59, Translated on 9 August, 2018


  우리의 세계가 떨어졌을지언정 피할 수 없는 순간 역시 있었다. 브릭스톤 아카데미에서의 3일 밤을 모두 매진 시킨 공연에서 피터가 공연장에서 튀어 버린 일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우리가 싸우고 여러가지를 망치면서 우리에 대한 주요한 화젯거리가 되었던 우리의 동지애는 그 날 존재하지 않았다. 피터와 나는 곁눈질로 시선을 주고받았었고 그 다음 순간 그가 뛰면서 자리를 떠버렸다. 나중에 그가 말하길 내가 그를 웃긴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 그 말이 진실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은 그가 런던 남쪽으로 도망갈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진 못했다. 우리에게는 제프와 마이클이라는 두 명의 쌍둥이 형제 경호원이 있었다. 그들은 늘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위험한 화학물을 다루는 곳에서도 잠시 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프는 뽀빠이에 나오는 블루토를 닮았고, 왠지 모르게 나는 그의 경호 안에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묵직하고, 거대한 근육질의 몸을 지녔으며 육중하고 어깨가 넓은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둘 다 목과 정강이쪽에 타투가 있었다. 그들은 옥스포드에서 왔으며 매우 신사적이었고 영국인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백스테이지에서 차분함이 샘솟는 진정한 오아시스 같이 존재하며 차를 홀짝이곤 했다. 나는 그들의 아버지가 아프리카에서 왔을거라 생각했고, 내가 만났던 그들의 어머니는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조르디인이었다. 두 경호원 모두 자신들의 업무에 무서울 정도로 능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Dirty Pretty Things로 활동할 때도 잠시 함께 했다. 그들과 함께한 가장 큰 이유로는 단지 그들과 함께 다니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제프와 마이클은 세상과 피터의 접촉을 막아주는 벽 역할을 했다. 즉각적으로 접근을 제지함으로써 그에게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무척 빠르기까지 했다. 한 번 이상 누군가 피터에게 접근하려하면 (나도 그 경우에 해당된 적이 있지만 감사하게도 그들은 날 막지는 않았다. 큰 개가 장난감을 물고 노는 거라고 상상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또, 피터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있으면 형제 중 하나가 여지없이 그들의 용맹한 주먹을 불쑥 내밀었고, 정말 순수하게 앞이 흐릿해졌을 터였다. 매너 있게 바닥으로 눕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미는 것보다는 더 했고, 맞은 그는 거의 공중으로 몸이 떠올라 잘 부딪힌 스키틀 병이 날아가는 모습과 비슷했다.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피터가 다리를 휘저어가며 포크파이 모자를 잡고 브릭스턴의 뒷길로 성급하게 도망치기 시작 했을 때, 그의 경호원은 그를 뒤쫓았다. 아마 지나가는 행인들은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을 것이다. 피터를 쫓는 그의 모습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힘든 빛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피터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고, 피터 역시 자신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몰랐을 것 같다. 그러다가 그들은 모퉁이를 돌게 되었고 어느 불쾌하게 생긴 약쟁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아마 피터가 가게에서 뭔가 훔쳐 쫓기는 중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제프에게 발을 걸어 그를 넘어뜨리려 했다. 도둑들이나 그런 존재들에 대한 존경인지 뭔지 하여튼 제프는 자신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그에게 다가가 가벼운 몸 수색을 했고, 엄청난 수준으로 격분을 표출했다. 아마 그 약쟁이는 자신이 무얼 맞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참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 악의도 없고 사전에 계획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제프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 했을 뿐이었다. 피터의 경우, 그와 관련하여 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존재했다.

  제프와 피터가 남런던의 가장 질 나쁜 지역에서 경주를 펼치고 코카인 중독자와 배수로에서 엉켜 붙어 있는 동안 우리, 남은 리버틴즈는 무대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우리는 계속해서 엉망으로 변해갔고 사람이 한 명 빠지건 말건 무대로 올라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싸움을 했다. 비록 그가 도망쳤다고 해도 그리고 더 많이 모습을 감추는 일이 많아졌음에도 피터는 여전히 밴드의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결국 우리는 다시 올라가서 다같이 해내기로 결정했다. 그 날 공연이 매진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피터가 자리를 뜨기 전까지 적당한 수준으로 그 상황을 즐겼다. 무대로 돌아가서 우리는 연주를 이어갔고 부디 관객들이 우리가 하는 행동에 찬사를 보내주기 바랐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주길 바랐다. 그리고 큰 함성소리가 이어졌다. 우리는 해낸 것이다. 그리고 난 고개를 돌려 피터가 다시 무대 뒤로 돌아왔는지 확인했다. 우리 모두 육체적으로 전성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 스스로도 뛰느라 무척 피곤했을 터였다. 그리고 우리가 무대 뒤로 돌아오자마자 제프의 라디오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그도 그 곳에 있기를 원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꽤 풀이 죽은 상태였다. 우리는 그 곳에서 리버틴즈가 가진 자그마한 존엄성을 포함해서 모두를 하나로 묶으려 노력했고, 그 날 밤의 가장 성대한 건배는 피터가 돌아와 우리와 연주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누군가 나중에 내게 그 때 그 일이 재밌었다고 했지만, 유쾌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피터가 사라지는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타격을 받기 일쑤였고, 우리가 그를 침대에 묶거나 가둬야 했다며 비난 받게 되었다. 마치 그가 무대에 오르는 걸 우리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했다. 나중에 가서 나는 잠시 그가 밴드를 떠난 이유가 우리 모두를 돕기 위한 비참한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그 없이 모여서 그가 어디 있을지 추측해보았다. 존과 게리는 공간을 모두 잠그고 나는 앞에 나가 혼자 서있었다. 우리는 스페인의 한 공연에서 추격전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그 공연장의 하이라이트였기 때문이다. 밴드로 그 무대에 오르면서 우리는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을 고려하여 우리의 노래 몇 개를 연주할 수 있게 연습시킨 기타 테크니션을 한 명 고용했다. 아마 그 때가 우리의 생존본능이 효과가 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닉은 Clacton-on-Sea 출신이었고 무척 그 지방의 토박이 같은 사람이었다. 피쉬앤칩스와 알약들, 그리고 알약과 피쉬앤칩스. 우리는 그를 상당히 좋아했다. 아니나 다를까 피터는 오지 않았고 나는 스페인을 돌아다니기가 두려워졌다. 나는 그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리고 말 그대로 길가에서 우리를 쫓아오는 쇼에 도달해버렸다. 새 기타 연주자는 고작 6곡만 연주할 수 있었고, 물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는 하나 나는 스스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그렇기에 관중들은 우리에게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대에서 내려왔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장 뒷편에는 떠나려는 우리에게 거의 집단 린치를 가하려고 하는 꽤 많은 수의 군중들이 몰려 있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 보였고, 엄청난 폭력을 가할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내 심장이 가슴에서 튀어나올 기세로 뛰었지만, 난 그 거리 바깥에 서서 어쿠스틱 기타로 우리의 노래를 연주했다. 마치 축구 관중 같이 얼굴까지 밀고 들어오며 소리지르고 괴롭혔지만 그들의 분노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내 음악을 즐기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야유를 내지르던 모습에서 공연장 바깥까지 소리지르고 분노를 내뿜으며 모두 찢어버릴 기세로 쫓아오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 군중은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일을 저지른 지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리고 모두가 차분해지고 나서, 꽤 진심이 담긴 어조로 그들은 우리를 향해 피터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물어왔다. 비록 우리가 우리 인생을 우리의 손으로 해내기로 했고, 그 대신 로디를 대신 연주시켰다고는 해도 말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엔 내가 버스 뒤에서 열광적인 박수 갈채쪽으로 그를 데리고 올 수 있었을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마치 마술사가 자신의 마지막 트릭을 밝히듯 말이다. 무척 슬픈 일이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정말 좋아했었고, 앨범은 제법 좋은 비즈니스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피터가 없는 스페인에서의 그 공연들에 우리의 미래는 없었다.

  나는 피터가 없는 리버틴즈로 무대 위에 서야 했던, 그 상황을 두려워했던 것을 그냥 과거로 흘려보내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무대에선 그를 필요로 했다. 서로에게 달려들어야 했기에 물리적인 이유로도 그가 필요했고, 그 두 번째 목소리가 있어야 했다.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그 없이 투어를 이어가는 건 정말 비참했다. 그리고 내가 받는 모든 것, 내가 보는 모든 것인 맨 앞줄의 열광적인 팬들에게 꼭 의무감을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공연에 오기 전부터 내게 하고 싶은 질문을 가득 생각해서 왔을 터였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버스에서 내리면 그들이 그 곳에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공연장에 그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무서웠고, 창피했고, 죄책감을 느꼈다. 실제로 내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바퀴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싸웠고, 모두를 모으고 다시 멀쩡한 항로에 복귀할 수 있게 구멍 난 곳에 임시로 천을 덧댔다. 그러나 내가 간신히 버스에서 내려올 적에 누군가가 물었다. ‘왜 피트를 쫓아냈어요?’ 당신은 이랬어야 했고, 그렇게 했어야 한다면서. 당신은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어야 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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